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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모바일 게임, 가챠(뽑기)의 종류 천태만상
    ARTICLE/GAME 2021. 2. 16. 02:37

    아날로그 형태의 뽑기. 후술할 '박스 가챠'와 비슷한 개념이다.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역시 ‘가챠’로 대표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닐까 싶다. 이는 주로 일본 모바일 게임에서 유래한다.
    가챠, 한국어로는 ‘뽑기’라고도 부르고, 영어로는 ‘루트 박스’라고 부르는 이 개념은 참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본질은 도박이다’, ‘중독을 불러 일으킨다’,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등 각종 비판에 휩싸이는 일이 적지 않고, 실제로 루트 박스를 불법으로 규정한 국가도 존재한다. 이에 ‘장차 가챠 모델을 (법적으로) 더이상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항상 게임 업계인들 사이에 만연해 있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에서 가챠가 아닌 수익 모델로 장기 운용에 성공한 타이틀을 쉽게 찾아볼 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바일 게임의 생태에 범용화할 수 없는 특수한 케이스의 게임이라 업계의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닌 것이 현실이다.

    아무튼 가챠 모델이 앞으로 최소한 몇 년은 더 굳건한 게임 비즈니스의 형태로 자리잡을 전망(?)이라 가정하고, 오늘은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특히 일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챠의 종류를 몇 가지로 나누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가챠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확률


    아, 가챠의 종류를 알아보기에 앞서, ‘확률’ 이야기를 가볍게 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는 가챠가 <무작위성>에 기인한 시스템임을 보다 확실히 인식하고, 왜 가챠 모델이 돈을 많이 벌 수밖에 없는가를 이해하기 위한 전제 지식이다.

    1퍼센트의 확률로 좋은 아이템이 나오는 가챠가 있다.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1개 얻으려면 몇 번의 가챠를 돌려야 할까?


    → 100번? (1퍼센트의 확률이니까, 1장을 얻기 위해서는 100번을 돌려야 한다는 계산)


    단순한 계산이고, 언뜻 보기에 타당해 보이지만, 정확히 옳은 답은 아니다.
    확률이란, 그 추첨을 충분히 많이(몇천 번, 몇만 번, 혹은 그 이상) 해 봤을 때 궁극적으로 수렴하는 값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즉 가챠에서의 1퍼센트 확률이란, 그 가챠를 충분히 많이 해 봤더니 대충 1퍼센트 정도의 비중으로 좋은 아이템이 나오더라, 하는 것을 설명한다는 의미다.
    돈이 아주 많아 ‘충분히 많이’ 가챠를 할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확률대로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유저의 지갑은 한정되어 있고, 우리는 ‘충분히 많이’ 했을 때의 결과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래서 얼마를 투자해야 그 아이템을 얻는데?’에 대한 답을 원하는 것이다.

    원하는 아이템 1개를 얻기 위해 몇 번의 가챠를 돌려야 하는가? 이 질문을 조금 수정해서, 다음과 같이 표현해 본다.

     

    “가챠를 n번 돌렸을 때, 원하는 아이템이 최소한 1개 이상 나올 확률은 얼마인가?”


    이 수정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계산을 해 보았다.

    - 가챠를 1번 돌렸을 때,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확률 = 1% = 0.01
    - 가챠를 1번 돌렸을 때,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을 확률 = 99% = 0.99
    - 가챠를 1번 돌렸는데도 원하는 아이템이 안 나오고, 2번째에도 원하는 아이템이 안 나올 확률 = 0.99 * 0.99 = 0.99^2 = 0.9801
    - 이 상태에서 가챠를 또 돌려서 3번째가 되었는데, 아직도 원하는 아이템이 안 나올 확률 = 0.99^3 = 0.9703
    - ...이렇게 가챠를 n번 돌렸는데, 그때마다 계속 원하는 아이템이 안 나올 확률 = 0.99^n
    - n번 돌리는 도중, 원하는 아이템이 최소 1개는 나올 확률 = 1 - 0.99^n


    <원하는 아이템이 하나도 안 나왔다>의 반댓말이 <원하는 아이템이 최소 1개는 나왔다>임을 고려한 계산이다.
    이 계산식에 n을 도입해 보자.

    - 100번 돌려서 원하는 아이템이 최소 1개는 나올 확률 = 1 - 0.99^(100) = 1 - 0.366 = 0.634 = 63.4%


    100번이나 돌렸는데 원하는 아이템이 최소 1개 나올 확률은 고작 63.4%다. 100번 돌리면 100%의 확률로 최소 한 개의 아이템을 얻었을 거라는 직관적인 추론과는 괴리가 있는 계산 결과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참고로 n을 300까지 올리면, 원하는 아이템이 최소 1개 나올 확률은 95%까지 상승한다. 이쯤 되면 어지간히 운이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아이템 한 개는 당첨되지 않았을까 싶은 현실적인 수준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운 없는 5%의 사람은 이때까지 원하는 아이템을 하나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잔인하게 느껴진다.

    이 정도면 가챠가 생각보다 호락호락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00번이면 될 줄 알았는데!’라는 배신감을 느끼고 가챠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즉, 유저가 가챠 시스템에 대한 ‘도전 의식’을 잃게 되면) 손해 보는 것은 게임 회사다. 게임 회사도 바보가 아니고, 유저의 심리적 거부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기 위한 각종 다양한 안전 장치를 더해 가챠를 발전시켜 왔다.

    서론이 길었지만, 지금부터 할 얘기가 바로 그 ‘다양한 가챠의 종류’에 대한 이야기다.
    (게임과 확률에 관해서는 할말이 많지만, 언젠가 다른 글을 통해 소개하기로...🤪)

     


    1. 그냥 가챠


    일반적인 가챠에 속한다. 아이템이 일정 확률로 배출되고, 한 번의 추첨이 그 다음의 추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립 시행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론상 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은 100번 뽑는 동안 내내 S급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발생한다. ‘계속 꽝 아이템만 나왔으니 이 다음엔 좋은 게 나오겠지’라는 추론은 엄밀히 말하면(엄밀히 말하지 않아도 원칙적으로) 완전히 틀린 추론이다. 아까 뽑은 가챠의 결과가 지금 뽑을 가챠의 확률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밀리시타의 가챠 페이지의 이미지. 10회를 한꺼번에 했을 때 그럭저럭 좋은 아이템을 1개 확정해주는 사양이 있는, 극히 일반적이고 평범한 가챠다.


    많은 모바일 게임에 도입된 범용적이고 평범한 시스템이며, 심플하고, 알기 쉽고, 다른 조작이나 편향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공평한 가챠지만,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까지 얼마나 투자해야 할지 알 수 없고,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고객이 할 수 있는 일도 전혀 없는 구조라서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안 될 게 뻔한(언젠간 되지만 그것조차 확률) 게임은 시작조차 안 한다는 성향의 고객은 이러한 가챠를 멀리한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일반 가챠는 한꺼번에 10번을 뽑으면 그럭저럭 좋은 아이템을 1개 확정해 주는 정도의 안전망이 있지만, 이 정도로의 혜택으로는 보통 유저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운 듯하다. 

     


    2. 박스 가챠

    모든 아이템이 하나의 상자에 들어 있다고 가정하고, 그 상자에서 아이템을 하나씩 뽑아 가는 가챠다.
    수학 시간에 배운 ‘비복원 추출’을 떠올리면 알기 쉽다. 100개의 아이템이 들어 있는 상자에서 1번 가챠를 시행하면 99개의 아이템이 남으니, 당연히 99개의 아이템 각각이 배출될 확률은 달라진다.
    이때 상자에 들어 있는 아이템의 개수는 일반 가챠의 확률에 비례한다. 1퍼센트의 확률로 좋은 아이템이 나온다는 설정이라면, 상자에 집어넣는 좋은 아이템의 개수도 1개일 것이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coder1252/220948114415

     

    이 형태의 가챠의 장점은, 박스 안의 내용물을 전부 다 뽑으면 최소한 1개의 좋은 아이템을 확실히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100번 뽑으면 좋은 아이템이 1개는 나오겠지’를 확정적으로 보장해 주는 형태라는 의미다. 물론 아무리 운이 좋은 사람일지라도 1개보다 더 많은 수의 아이템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확률을 떠올려 본다면, 100번 뽑아서 1개의 아이템이 반드시 배출되는 형태가 얼마나 양심적이고 안정감을 부여해 주는 시스템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가챠 한 박스를 전부 뽑기 위해서 필요한 예상 금액이 적지는 않을 테지만(1회 가챠 300엔인 가챠를 100회 돌리게 하는 박스라고 치면, 단순 계산으로 한 상자 3만 엔), 그 금액을 미리 예측하고 도전할 수 있다는 점, 확실한 결과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되는 가챠다. 운이 좋으면 100회를 다 돌리기 전에 아이템이 나와 줄지도 모르고 말이다.

    참고로 이 박스 가챠(뿐만 아니라 후술할 다양한 형태의 많은 가챠들)에도 여러 부가 기능이나 변주 형태가 있는데, 주의할 점은 이러한 플러스 알파 요소에 특허가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새로이 특이한 사양의 가챠를 출시할 예정(특히 일본 시장에서)인 기업이나 개인이 있다면, 자신이 만든 가챠의 사양이 타사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는지 정밀한 확인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정말 온갖 별별 부분에 갖가지로 특허가 걸려 있다.
    (나도 게임 특허가 생소한 입장이었지만, 실제로 특허를 내려고 상담하고 조사하면서 ‘정말 모든 것이 재산이 되는구나’를 깨달았고, 이 세계의 재미에 눈떴다. 다행히 나는 무사히 특허를 냈다✌️)


    3. 스텝업 가챠


    스텝업 가챠는 여러 단계(스텝)으로 가챠를 구성하며, 각 단계마다 배출되는 아이템, 확률, 보장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는 형태를 의미한다. 가챠를 1스텝째에 돌리면 약간 할인을 해 주고, 2스텝으로 넘어간다. 2스텝째에 돌리면 할인을 안 해 주는 대신, 좋은 아이템이 1개 확정적으로 배출되고, 3스텝으로 넘어간다. 3스텝에서는 할인도 안 해주고 특별한 보장도 없으나, 이를 지나 4스텝으로 가면 좋은 아이템이 2개 확정되고 보너스 아이템도 준다. 5스텝에서는 좋은 아이템이 배출될 확률이 1퍼센트에서 무려 5퍼센트로 늘어난다.
    이렇게 각 스텝의 템포를 달리하며, 고객을 최대한 먼 스텝으로 유도하는(그래서 최대한 돈을 많이 지불하게 하는) 가챠의 형식을 통틀어 ‘스텝업 가챠’라고 부른다.

     

     

    돗칸 배틀(드래곤볼) 게임의 스텝업 가챠. 지금 위치한 스텝을 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가챠는 아이템을 확정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할인을 한다든지 덤을 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혜택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게 특징이다(안 그런 게임도 많다만). 각 스텝마다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미리 제시되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돌려 보자’는 식으로 계획을 세우고 도전하기 쉽다. 가챠 추첨 로직 자체는 복원 추출, 독립 시행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박스 가챠보다 ‘흐름’을 유도하기 쉽고, 짧은 템포로 고객을 유인하기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며, 또 혜택의 내용을 비교적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어서 게임 회사 입장에서는 사용감이 좋은 가챠다. 혜택만 합리적이라면, 유저 입장에서도 ‘이만하면 지불할 만하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박스 가챠와는 다르게, ‘좋은 아이템’이 몇 개나 배출될지가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1개 이상의 아이템을 얻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꿈 있는 사양이다.
    금액적인 측면만 본다면 회사는 퍼주고, 유저는 평소보다 더 얻어 가기만 하는 사양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종의 ‘사은 행사’를 진행했을 때, 평소보다 많은 고객이 가챠를 돌려 줄 거라는 기대만 충분하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실행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스텝업 가챠를 상설하는 게임은 그다지 많지 않고, 특정한 시기에 맞추어 한정적으로 제공하는 게임이 더 많은 것 같다.

    가챠가 몇 스텝까지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딱히 규정된 바는 없으나, 적은 경우 3스텝, 많은 경우 10스텝 정도까지 존재하는 것 같다.


    4. 천장(마일리지) 가챠


    ‘가챠는 확률에 의거한 복원 추출/독립 시행 제공이지만’ ‘투입한 돈에 대한 가치를 확정하는 안전망은 필요하다’는 사고방식에서 도입된 가챠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망을 보통 ‘천장’이라 부른다.
    보통 일반 가챠와 동일한 형태의 가챠를 제공하는데, 가챠 시행 시마다 마일리지를 쌓아 준다든지 특수 아이템을 지급해 준다. 가챠를 정해진 횟수만큼 돌려서 마일리지나 특수 아이템이 충분히 쌓이면, 그걸 모아 아이템을 교환할 수 있는데, 교환할 수 있는 아이템 중 ‘내가 가챠에서 얻고 싶었던 그 좋은 아이템’이 포함되어 있다.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의 천장 가챠. 가챠를 해서 얻은 포인트로 원하는 카드를 교환할 수 있다. 정가는 7만 5천엔이라고 한다.


    천장 가챠에도 여러 변주가 있어서, 정해진 횟수만큼 돌리면 아예 정해진 아이템을 바로 지급하는 형태가 있는가 하면, 마일리지 같은 형태로 경유해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목적은 하나다. ‘이만큼 지불하면(=정가)’, ‘이 아이템은 반드시 얻을 수 있다(=천장)’.

    스텝업 가챠는 ‘안전망 제공’이라는 목적과는 약간 결이 다른 가챠니 논외로 친다 해도, 박스 가챠에서 제공해주지 못했던 메리트=‘좋은 아이템’의 제공 개수에 제한이 없다는 점을 겸비한 상당히 양심적인 가챠다. 그러나 그렇게 이득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소위 정가로 설정된 가격이 그렇게 낮지 않기 때문일 거고(보통 몇십만 원 단위), 한편으로는 요즘 유저들은 가챠의 현실을 잘 알고 있어 이 정도의 안전망이 없는 가챠에는 아예 손을 대지 않기 때문에 ‘천장’이 어느 정도 디폴트 가챠가 되어 버린 점도 작용하지 않았나 한다.


    번외. 컴플리트 가챠 (예고)

    컴플리트 가챠에 대해서도 이번 글에 한꺼번에 작성할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이것까지 작성하면 분량이 폭발할 것 같아서 다음 예고로 남겨 둔다.
    컴플리트 가챠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가챠를 뽑아서 퍼즐판을 완성하면 퍼즐판에 그려진 좋은 아이템을 드려요’라는 시스템이다. 랜덤으로 지급되는 아이템을 다 모아야만(컴플리트) 진정한 가치를 얻는 구조로, 일본에서는 법률에 의거하여 제공이 금지된 형태의 가챠다.
    컴플리트 가챠가 금지되기까지의 경위, 자세한 설명, 다양한 논점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을 작성할 예정이니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립니다. 🤪


    (새 글을 올리면 트위터 @kim_yes_now 에 공지하고 있습니다)

     

    → 컴플리트 가챠에 대해 글을 작성했습니다! 이 글을 읽어 주세요. 

    kim-yes.tistory.com/9

     

    금지된 '컴플리트 가챠',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2012년 5월 18일, 평화롭던(?) 일본 게임 업계에 한 가지 사건이 터진다. 일본 소비자청, 우리나라로 치면 소비자보호원쯤 되는 국가 기관이 다음과 같은 제목의 문서를 발표한 것이다. 온라인 게임

    kim-ye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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