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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바일 게임의 가로세로 화면 탐구
    ARTICLE/GAME 2021. 2. 11. 03:05

    스마트폰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세로로 들고 길쭉하게 사용하는 제품이지만, 스마트폰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핸드폰을 90도 돌려 긴 쪽을 가로로 놓고 플레이하는 조작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다만 세로와 가로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게임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이건 '그래야만 할 필요'가 있더라도 실현하기 어려운 기술적이거나 디자인적인 이유가 있는 듯하다. 대충 짐작은 가지만 구체적인 설명을 못 하겠으므로 이 부분은 생략하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의 내가 “(가로 방향 게임인데) 이 메뉴만 세로로 하면 안 될까요?”라고 물어봤을 때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정말 난색을 표하는 표정이 되었던 것만은 기억한다. 😅

    난색을 표하던 개발자의 얼굴(멋모르는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어쨌든 게임을 가로로 만들 것인가, 세로로 만들 것인가는 개발이 시작되기 전 극초기에 결정되는데(결정하지 못하면 프로토 타입조차 만들 수 없으니), 한번 결정되면 거의 다시는 바꿀 수 없는 걸로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다.

    가로 화면을 채택한 게임과 세로 화면을 채택한 게임을 살펴 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경향에 한/일 양국의 국가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국 모바일 게임 매출 랭킹(구글 플레이 기준)

    구글 플레이 랭킹에 자주 등장하는 상위 게임 중, 한국 회사가 개발한 게임 20개를 들여다보았다.

    가로 화면을 채택한 게임

    • 리니지M
    • 리니지2M
    • 그랑사가
    • 쿠키런 : 킹덤
    • 세븐나이츠2
    • R2M
    • V4
    • 메이플스토리M
    • 바람의나라 : 연
    • 뮤 아크엔젤
    • 리니지2 레볼루션
    •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 미르4
    • 서머너즈 워
    • 카운터사이드
    • 배틀그라운드
    • 컴투스프로야구
    • A3
    •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 라그나로크 오리진

     

    ...이걸 세면서 정말 놀랐는데 상위 20개의 게임이 모두 가로 화면을 채택하고 있었다. 가로 게임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세긴 했지만 정말 이렇게 전부 다 그럴 줄은 몰랐다. 

     

    일본 모바일 게임 매출 랭킹(앱스토어 기준)

    일본 모바일 게임은 앱스토어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랭킹을 알 수 있다. 아이폰 유저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한국 랭킹과 마찬가지로, 랭킹에 자주 등장하는 상위 게임 중 일본 회사가 개발한 게임 20개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가로 화면을 채택한 게임

    • Fate/Grand Order
    • 앙상블 스타즈!! Music
    • 프로젝트 세카이 컬러풀 스테이지! feat. 하츠네 미쿠
    • 프린세스 코넥트! Re:Dive
    • 디즈니 트위스티드 원더랜드
    • 어나더 에덴
    •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스타라이트 스테이지

     

    7작품. 랭킹에 자주 등장하고, 실제로도 (작성일 기준) 랭킹 상위에 위치해 있던 게임들이다. 확실히 가로 화면 게임이 줄어들었다.

     

    세로 화면을 채택한 게임

    • 몬스터 스트라이크
    • 포켓몬 GO
    • 퍼즐 앤 드래곤
    • 드래곤볼Z 돗칸배틀
    • 프로야구 스피리츠 A
    • 로맨싱 사가 리유니버스
    • 유희왕 듀얼링크스
    • 드래곤 퀘스트 워크
    • 방치소녀
    • LINE : 디즈니 썸썸(츠무츠무)
    • 파이어 엠블렘 히어로즈
    • 하얀고양이 프로젝트(시로네코)
    •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13작품. 이것들 역시 랭킹 상위에 자주 등장하는 게임들이다. 
    비교적 서비스 기간이 긴, 장수 게임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 중 비교적 새로운(?) 게임은 ‘로맨싱 사가 리유니버스(2018년 12월 출시)’와 ‘드래곤 퀘스트 워크(2019년 9월 출시)’ 정도로 보인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

    한국의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일하는 일본의 게임 업계에는 상식처럼(?) 전해지는 말이 있다.

    세로 게임 : 라이트 대상, 한 손 간단 조작, 짧은 코어 파트, 출퇴근 전철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가로 게임 : 코어 대상, 두 손 조작, 비교적 스토리나 캐릭터를 중시, 시간을 충분히 내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그러니까 게임성과 타깃에 따라 화면 방향을 어떻게 정할지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물론 모든 게임이 저 공식을 따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출시된 게임들의 가로세로 사정을 살펴보면 상당히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다. 특히 ‘출퇴근 전철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출퇴근 전철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한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일본 역시 모바일 게임의 큰손은 20~40대의 사회인이다. 그들은 어렸을 적에는 콘솔 게임을 플레이하며 자라서 게임에 거부감이 없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취미로 게임을 즐기고 싶어 하는 니즈가 있는 고객층이다. 돈도 어느 정도 있고, 매일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고 있다.

    이 고객층의 특징은 바쁘다는 점이다. 사회에 진출해 가장 활발히 일하고, 가정을 꾸려 정신을 집중할 시기니 그럴 만하다.
    이들이 일상 생활에서 유일하게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은 바로 출퇴근 시간이다. 출퇴근 전철을 타고 회사까지 이동하며,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핸드폰 게임을 찾는 것은 당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다만 일본의 출퇴근 전철 사정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그다지 여유롭지 않다. 사람에 치이고, 빡빡한 발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시간표에 쫓기며 이동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상황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여러가지 제약이 생긴다.
    2분에 한 번씩 전철 문이 열리면 사람들이 내리고 타는 파도에 휩쓸리다 보면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없다. 피곤한 출근길, 지친 퇴근길에 머리를 많이 쓰지 않고도 플레이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무엇보다, 한 손으로는 전철 손잡이를 잡고 있어야 하니 한 손밖에 쓸 수가 없다.

    끔찍한 일본의 통근 러쉬. ‘만원전차’라고 부른다. 아 정말 싫다.


    ‘한 손밖에 쓸 수 없다’는 제약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가로 화면의 게임은 후보에서 탈락하게 된다. 출퇴근길에 플레이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게임, 그런 게임을 찾는 사람들이 선호할 만한 조건, 제한된 상황에서도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게임 디자인의 산물, 애초에 이런 게임을 찾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려, 일본에서 ‘세로 화면 게임’이 아직까지 성행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 물론 모든 게임이 이 이유로 세로 화면을 채택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의 기본 사용 방향(세로)과 일치하는 편이 좀 더 직관적이어서 게임이라는 매체에 이해도가 낮은 유저들에게 접근하기 쉽기도 하고, 그래픽이나 연출 상의 이유로 세로 화면이 더 적합한 게임도 있을 것이다.

    기획을 중심으로 한 UX

    넷마블이 '일곱 개의 대죄 - GRAND CROSS'를 세로 화면으로 제작한 이유에 대해 설명한 포스트를 본 적 있다. 

    메인 타깃 시장이 일본이고, 일본에 익숙한 세로 화면을 채용했다는 분석인데... 

     

    naver.me/5U1hzlfS

     

    가로 VS 세로, 모바일게임 UI 트렌드는?

    [BY PNN] 모바일게임을 좀 하신 분이라면, 게임 아이콘을 누르고 게임사 로고가 지나갈 때쯤 자연스럽게...

    m.post.naver.com

     

    내 글이 '일본에선 왜 세로 화면이 익숙한데?'에 대해 조금이나마 대답이 되는 글이었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점은, ‘우리 게임의 타깃은 누구인가? 그들은 어떤 게임을 원하는가? 어떤 순간에 게임을 하는가?’를 철저히 분석한, 기획을 중심으로 한 UX를 구성한 결과가 바로 이 ‘세로 화면’이 아닌가 싶다.
    게임이라면 모름지기 가로지! 가로 화면이 더 효율적이고 정보량도 많지! 와 같은 개발적 사고를 당연시하기에 앞서, 한번쯤 생각해보기 좋은 지점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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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ES